
압구정경희한의원 │ 불안이 조절이 안 될 때, 무엇부터 손봐야 하는지 알려드립니다.
조절되지 않는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증상'이다.
허리 아픈 사람에게 "아프지 마"라고 하면 안 아파지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안도 같습니다. "불안해하지 마", "마음 단단히 먹어". 이런 말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안할 때 심장이 빨리 뛰고, 손이 떨리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런 증상은 마음는다고 멈출 수 없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자율신경이 작동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자율신경에게 "긴장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뇌 속의 편도체입니다. 위험을 감지하면 경보를 울리는, 뇌의 위험 경보기입니다.

이 경보기가 울리면 그 명령이 자율신경으로 내려가고,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리고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순서가 이렇습니다.
뇌의 경보기가 울린다 → 명령이 몸으로 내려간다 → 증상이 나타난다
이 모든 과정이 내 의지 바깥에서 일어납니다. "마음 단단히 먹어"가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경보기도 자율신경도, 내가 켜고 끄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잠깐 긴장되는 것은 감정입니다. 발표 전에 떨리고 시험을 앞두고 불안한 것은 누구나 겪습니다. 그러나 이유 없이 계속되고 일상을 무너뜨리는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요통이나 두통처럼 몸과 연결된 신호입니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노력도 많습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도무지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안이 치료의 영역까지 왔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마음이 나약해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할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불안은 그렇게까지 심해질까 ?
컨디션이 떨어지면 두드러지는 정서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컨디션이 떨어질 때 약해지는 정서가 따로 있습니다. 누군가는 짜증이고, 누군가는 분노입니다. 그것이 '불안'인 사람이 있습니다. 피곤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늘어나듯, 회복력과 컨디션이 바닥나면 불안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뇌의 경보기가 더 예민해집니다
하룻밤만 제대로 못 자도 다음 날 편도체의 반응이 최대 6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원래 이 경보기를 눌러주는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전전두엽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경보기와 브레이크 사이의 연결이 약해집니다. 경보기는 과열됐는데 브레이크는 헐거워진 상태입니다. 못 잔 다음 날 별것 아닌 일에도 위협을 크게 느끼고 불안이 올라오는 이유입니다. 원래 불안이 높은 분일수록 이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것도 확인되어 있습니다.

불안은 역으로 컨디션을 깎아먹는 정서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불안한 감정이 마음에 있으면 그것은 하루 종일 정서적 노동을 한 것입니다.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이 잠을 깎고, 못 잔 것이 경보기를 예민하게 만들고, 그것이 다시 불안을 키웁니다.

불안할 때,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은 수면입니다.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손봐야 하는 것은 수면입니다. 혼자서 이 고리를 끊기 어렵고 불면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오늘 바로 수면 회복시키는 방법
잠은 애써서 드는 것이 아니라, 넘어가는 것입니다
잠이 안 오는 날, 자려고 애써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눈 감고, 숫자 세고, 지금 자면 몇 시간 잘 수 있는지 계산하고. 그렇게 애써도 쉽게 잠들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잠은 노력해서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뇌에는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잠이 든다는 것은 그 스위치가 꺼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스위치는 의지로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건이 맞으면 저절로 꺼집니다.

그래서 애쓰는 것으로는 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애쓰는 과정이 스위치를 켜진 채로 붙잡아 둡니다. 잠들려고 계산하고 걱정하는 그 순간, 뇌는 깨어서 일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스위치가 꺼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들을 치우는 것. 지금부터 말씀드릴 네 가지가 전부 그 이야기입니다.
하나. 침대에서 핸드폰 사용 금지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시죠. 그런데 불안한 분들은 휴대폰을 보다가 그동안 걱정했던 것을 검색하게 됩니다. 낮에는 바빠서 못 하다가, 조용해지니 그제야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이제 자려고 누웠는데, 걱정을 검색하는 순간 잠들어야 할 경보기를 다시 깨우는 것입니다. 경보기가 울리면 자율신경으로 명령이 내려가고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잠들려면 정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정확히 반대를 밟은 셈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있습니다. 화면의 밝은 빛이 잠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늦춥니다. 뇌가 아직 낮인 줄 착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휴대폰은 중독성이 강해서 의지로는 어렵습니다.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핵심은 휴대폰이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기 전 휴대폰 충전을 머리맡에서 하지 말고 거실에서 하세요. 박스나 가방에 넣어 보이지 않게 두면 더 좋습니다.
더 강력한 방법은 퇴근 후 집에 올라갈 때 아예 휴대폰을 차에 두고 올라가는 것입니다. 충전은 회사에서 미리 해두시면 됩니다.
둘. 누워서 잠이 안 오면, 침대에서 나오세요
이유가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 걱정하고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지면, 침대가 자는 곳이 아니라 걱정하는 곳이 됩니다. 눕는 순간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 걱정이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침대에 누우면 오히려 정신이 말똥해진다"고 하시는 분들. 몸이 안 피곤한 것이 아닙니다. 누우면 머리가 켜지는 자리로 침대가 뇌에 각인된 것입니다.
그래서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은 도망이 아니라 그 루프를 끊는 방법입니다. 1972년 정립된 뒤 50년 넘게 쓰이고 있으며, 미국수면의학회의 만성 불면장애 진료지침에도 권고 항목으로 들어가 있는 방법입니다(자극조절요법, Stimulus Control Therapy).
이렇게 해보세요.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싶으면, 시계를 보지 말고 그냥 일어나 침대 밖으로 나오세요.

시계를 굳이 짚는 이유가 있습니다. 잠들려 할 때 시계를 보게 한 사람과 보지 않게 한 사람을 비교한 실험에서, 시계를 본 쪽이 잠들기 전 걱정이 더 많았고 실제로 잠드는 데 더 오래 걸렸습니다. 원래 잘 자던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시계는 아예 안 보이게 돌려두세요.
방 밖으로 나와서는 불을 밝게 켜지 말고, 어두운 거실에서 조용한 일을 하세요. 종이책 몇 장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다 졸리면 그때 들어가 누우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몇 번 왔다 갔다 하실 겁니다. 그것이 정상입니다. 반복하시면 뇌가 침대를 다시 잠자는 곳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셋. 취침시각이 아니라 기상시각을 고정하세요
이것은 아마 반대로 알고 계셨을 겁니다.
못 잔 날, 새벽에 겨우 잠들어 다음 날 늦게까지 자거나 주말에 몰아서 자거나. 부족한 잠을 메꾸는 것이니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또 못 주무시죠.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밤에 눕는 것으로 맞춰지지 않습니다. 아침에 빛을 보는 것으로 맞춰집니다.
아침에 빛을 보면 시계가 앞으로 당겨지고, 그날 밤 졸음도 그만큼 앞당겨집니다. 잠이 오는 시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아침이 밀리면 밤이 따라서 밀립니다.

주말에 두세 시간씩 늦게 일어나는 것도 여기서 걸립니다. 매주 스스로에게 시차를 만드는 셈입니다. 일요일 밤에 유독 잠이 안 오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취침 시각을 정하지 마시고, 기상 시각을 정하세요.
어젯밤 몇 시에 잤든, 못 잤든 상관없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고, 가능하면 밖에 나가 10분만 빛을 보세요. 창가에 앉아 계셔도 됩니다.
못 잔 날 늦게까지 자는 것이 가장 손해입니다. 그날 밤을 또 망치기 때문입니다.
넷. 술, 커피로 수면을 조절하지 마세요.
잠을 못 잔 날 커피를 한 잔 더 드시게 되죠. 밤에 잠이 안 오면 술 한잔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두 가지 모두 다음 날 밤을 미리 저당 잡히는 일입니다.
카페인은 몸에서 절반이 빠지는 데 평균 다섯 시간쯤 걸리고 개인차가 큽니다. 계산해 보면 오후 3시에 마신 커피가 밤 8시에 절반, 새벽 1시에도 4분의 1이 남아 있습니다.

"나는 커피를 마셔도 잘 자는데요"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잠드는 것은 됩니다. 안 되는 것은 깊은 수면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본인이 느끼지 못합니다. 다음 날 개운하지 않은 것으로만 나타납니다.
술은 반대 방향의 함정입니다. 술이 빨리 잠들게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술이 분해되면서 반동이 와서 수면의 후반부를 얕게 만듭니다. 새벽 3시, 4시에 깨서 다시 못 주무시는 분들은 전날 저녁 술을 드셨는지 한번 돌아보세요.
잠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수면의 질에는 해가 됩니다. 커피는 늦어도 잠들기 여섯 시간 전에 끊으시고, 술은 잠들려는 용도로 쓰지 마세요.
정리하면
혼자 조절이 안 되는 불안은 나약함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뇌의 경보기가 과하게 켜지고, 그것이 자율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보기는 컨디션이 떨어질 때, 특히 잠이 부족할 때 더 예민해집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손댈 곳으로 수면을 말씀드렸습니다. 네 가지를 다시 짚습니다.
휴대폰은 눈과 손이 쉽게 닿지 않는 곳으로 치우세요.
침대에서 걱정을 시작하지 마시고, 잠이 안 오면 침대 밖으로 나오세요.
취침 시각이 아니라 기상 시각을 고정하고, 아침에 빛을 보세요.
커피는 잠들기 여섯 시간 전에 끊고, 술로 잠들려 하지 마세요.
네 가지 모두 마음이 아니라 몸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마음을 다잡는 방법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이 오늘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불안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에서 올라오는 증상이라면, 손대야 할 곳도 몸입니다.
그래도 혼자 힘드시다면 그때는 꼭 도움을 받으십시오.
불안과 불면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압구정경희한의원으로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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